영화 귀향
2016년 2월 27일 토요일.. 저녁에
영화 귀향을 보았다.
본래 귀향을 볼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애들을 위해 키즈카페에도 가야 하고
총 12권중 마지막 한권남은 소설 아리랑을 읽어야했고
가까운 산으로 등산도 가고 싶었고
조금 더 여유가 되면 새로 이사갈 집을 보러다닐 일로
이번 주말에도 역시 빠듯한 계획들이 있었을 뿐
요즘 인터넷 뉴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귀향은 하나의 관심사이고
언젠가 나중에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뿐
실제로 당장 보러 갈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우리 아버지가 손자손녀를 보고싶은 마음에
"우리가 내려갈까 아니면 너네가 올라올래?" 하시는 한말씀에
그냥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토요일 오전에 아버지댁으로 올라가게 됐다.
그리고나서 바로 아버지댁 옆에 있는 과거 주민센터 였던 곳이 개조되어
북카페 및 주민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에 가서
몇시간동안 진득히 앉아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의 마지막편을 읽기 시작하였다.
소설속의 시대적 배경은 영화 귀향과 같이 1943년 2차 세계대전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일본은 물자와 인력이 부족해 마구잡이로 조선인을 징용과 징병으로 끌어가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소제목으로 곧 위안부부분이 나오기 직전 시간상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는 뭔가 운명적으로 영화 귀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소설 아리랑을 통해 그렇지 않아도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당한 일들을
속속들이 마음깊이 느껴지고 있던 차에
현재 읽고 있는 소설 아리랑의 부분과 시대적으로도 딱 들어맞는 영화 귀향을 안볼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소설 아리랑의 위안부부분을 책보다 먼저 영화을 통해서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헌데 느낌상 그 영화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영화가 아니라
인터넷뉴스 정도나 일부 소수인들에게 화제거리로만 남을뿐
대중적인 인기는 아닐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10분 거리 북카페에서 영화관까지 걸어가며
정작 영화관에서 상영을 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약간 무거운 발걸음을 걸었으나
그래도 일단 가봐서 직접 확인해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대로 귀향을 상영하고 있었다.
표를 끊으니 상영까지는 40여분 기다려야 해서 간단히 김밥 한줄로 식사를 하고
지역신문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상영관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은사람들이 관람을 하러 들어왔다.
자리가 거의 꽉 찼다
개인적으로는 소녀들의 옷차림에 더 관심을 갖고 보았다.
왜냐하면 소설 아리랑을 통해 아직 시집안갔거나 처녀들은
머리에 빨간댕기를 단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부분부터 해서 옷차림고 당시의 가옥 주변환경
일본군의 복장이나 독립군(의병)의 옷차림, 무기 등에 관심을 갖고
보아 보다 재미가 배가된 부분이 있다.
귀향 개봉시기가 처음부터 계획된 부분도 있었겠지만
무려 14년간 제작과 상영이 좌절될 가능성을 수없이 겪으면서
힘들게 힘들게 촬영해나가 개봉이 된걸로 보면 아마 여러가지로
운명적인 타이밍에 개봉된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1.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완전히 합의하여
소녀상 철거는 물론 더 이상 위안부문제를 거론하지않기로 하고
돈 100억으로 끝냈다는 점
감히 위안부 문제를 진솔한 사과와 재발방지의 약속없이
돈이 얼마가 됐든 돈을 받고 끝내? 이런 천인분노할 일을 봤나!!!
이렇게 이것이 요즘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2. 내일모레가 3.1절이라는 점
3. 다행히 같은 시기 개봉영화중에 대단한 블록버스터가 없다는 점
데드풀인지 미국의 흔한 B급 마블 히로 잔인오락물에
몇편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상영중이다.
볼만한 영화이긴 해도 크게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영화가 없다.
4.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고통스럽지만 잊지말아야 할 역사를 체험하기 위해 꼭 봐야할 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9.8점으로 평점을 주고 있는 영화라는 점.
5.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지만,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의 물적, 인적재능 기부와 약 7만5천여명의 자발적 펀딩으로
영화가 14년만에 완성되었다는 점은
매우 의미하는 바가 크다.
6.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소설 아리랑을 심취하여 읽고 있는 나로선
소설의 위안부 부분을 읽기 직전에 영화를 보게 된 점과
소설 아리랑의 작가 이름이 조정래인 것과
영화 귀향의 감독 이름이 조정래인 것이 우연치고는 또 재미있다.
출연진들은 보자면
얼굴이 익은 분들도 몇분 계시다.
손숙씨는 물론이거니와..
정인기 백수련씨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지만, 탤런트 오현경씨의 딸 오지혜씨도
딸에게 매우 엄하나 속으론 다정다감한 어머니의 인상을 짧은 출연시간안에
충분히 잘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 외 처음 보는 젊은배우들
이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소녀들인가?
위안부로 고통받고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어린소녀들을 연기해 준
그 아이들이 진정한 영화의 히로인이라 생각된다.
너무 어리기에
정말 구르는 낙엽잎만 보아도 웃는다는
그 나이때의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하고 아무런 때없이
하얗고 맑고 순결하고 착하고 귀엽기만 한
그 아이들이 당한 일이기에
우리의 마음은 더욱 아프고 찢어질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현 정부가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사항보다
이러한 개인과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 한편이
정말 나비가 되어 돌아온(귀향) 한 수십만의 영혼을 달래줄 유일한 방법인것같다.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슬픔을 겪은 자에게 그 슬픔을 공감하고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는것이
그 어떤것보다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돌아가신 수 많은 영혼이 하늘에서 이 영화의 제작과 개봉을
운명적인 것처럼 만들어준 것 같다.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될 때
영화제목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귀향(歸鄕)이 아니라
귀향(鬼鄕) SPRITS' HOMECOMING 인것을 보고는.. 아~ 하는 느낌이 조금 오긴 했지만,
그러나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먼 이국타지에서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그 영혼을 나비가 거두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이 나라의 산과 들 논이 이토록 맑고 아름다웠는가 하는 것과
이 나라의 민초들이 살고 있는 황토초가집이 이토록 포근한 느낌이었는지
가슴깊이 새겨들어지고 있었다.
포스터는 영화의 비참하고 우울한 내용과는 다르게
이렇게 산뜻하고 밟은 느낌이다.
감독의 영화제작 모티브가 된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